박 대통령 잇단 "통일 대박"..방법은 없고 효과만 강조
한겨레 입력 2014.01.23 22:30[한겨레]전문가들이 짚어본 현실성 여부
대통령 발언으로 통일 관심 늘어
'경제성장 돌파구' 접근도 설득력
교류·협력 통한 점진적 통일인지
북 붕괴통한 흡수통일인지 모호
북한 인권문제 제기 등 되려 자극
통일은 '국내 정치적 수사'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22일(현지시각) 스위스에서도 "통일은 대박"이라며 '북한 주민의 인권'을 언급했다. 통일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통일에 이르는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로서의 통일만 강조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붕괴와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북한의 변화',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일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어떻게'가 빠진 통일 대박론
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박 대통령은 "통일은 대한민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발언한 지 2주 만에 이를 동북아로 확대한 '판본'을 내놓은 것이다.
박 대통령의 연이은 '통일 대박' 발언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건 사실이다. 특히 경제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남북 통일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식의 '경제적 접근'이 나름의 설득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통일을 지지하는 여론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였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 결과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7년 63.8%를 기록한 이래 매년 낮아져 지난해는 54.8%에 그쳤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요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통일부가 몇 년 동안 노력해야 할 수 있는 일을 대통령의 '대박 발언' 한번으로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통일론에는 '어떻게'(방법론)가 빠져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장기간 교류·협력을 거치는 점진적 통일을 염두에 둔 것인지,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통한 흡수통일을 바라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적 교류·협력이라는 과정이 없는 통일은 사실상 북한 체제의 붕괴 뒤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을 상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한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는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에 왜 과정이나 방법론이 빠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을 보면 그가 '과정'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에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투자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이 된 뒤에 투자한다는 것으로,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 '북한 인권' 발언의 위험성
박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통일이 북한 주민의 인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남한 중심으로 북한을 (흡수)통일한다는 뉘앙스가 강한 말이어서 북한이 이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대통령은 더 나아가 스위스 방문 도중 "북한이 스스로 변화해야 하겠지만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역시 북한의 '변화 유도'를 뜻하는 것으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한 발언이다.
■ 일방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의 대원칙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에만 신뢰받을 행동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핵 문제나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북한의 '신뢰 회복 조처'를 먼저 요구하는 식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최근 한 강연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등 과거 지키지 않았던 약속을 먼저 이행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강경하고 경직된 태도로는 남북관계에서 진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고유환 교수는 "대북 제재 일변도로는 신뢰 자체를 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반성과 선 조처를 전제함으로써 사실상 교류·협력과 그에 따른 신뢰 형성을 막는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은 북한에 대한 발언이라기보다는 국내 정치적 수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교류·협력과 같은 낮은 단계의 통일 과정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통일 대박'을 앞세운다는 비판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북한 전문가는 "교류·협력을 차근차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을 던져놓고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만 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준 하어영 기자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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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발언으로 통일 관심 늘어
'경제성장 돌파구' 접근도 설득력
교류·협력 통한 점진적 통일인지
북 붕괴통한 흡수통일인지 모호
북한 인권문제 제기 등 되려 자극
통일은 '국내 정치적 수사'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22일(현지시각) 스위스에서도 "통일은 대박"이라며 '북한 주민의 인권'을 언급했다. 통일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통일에 이르는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로서의 통일만 강조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붕괴와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북한의 변화',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일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어떻게'가 빠진 통일 대박론
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박 대통령은 "통일은 대한민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발언한 지 2주 만에 이를 동북아로 확대한 '판본'을 내놓은 것이다.
박 대통령의 연이은 '통일 대박' 발언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건 사실이다. 특히 경제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남북 통일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식의 '경제적 접근'이 나름의 설득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통일을 지지하는 여론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였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 결과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7년 63.8%를 기록한 이래 매년 낮아져 지난해는 54.8%에 그쳤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요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통일부가 몇 년 동안 노력해야 할 수 있는 일을 대통령의 '대박 발언' 한번으로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통일론에는 '어떻게'(방법론)가 빠져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장기간 교류·협력을 거치는 점진적 통일을 염두에 둔 것인지,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통한 흡수통일을 바라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적 교류·협력이라는 과정이 없는 통일은 사실상 북한 체제의 붕괴 뒤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을 상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한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는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에 왜 과정이나 방법론이 빠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을 보면 그가 '과정'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에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투자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이 된 뒤에 투자한다는 것으로,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 '북한 인권' 발언의 위험성
박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통일이 북한 주민의 인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남한 중심으로 북한을 (흡수)통일한다는 뉘앙스가 강한 말이어서 북한이 이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대통령은 더 나아가 스위스 방문 도중 "북한이 스스로 변화해야 하겠지만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역시 북한의 '변화 유도'를 뜻하는 것으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한 발언이다.
■ 일방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의 대원칙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에만 신뢰받을 행동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핵 문제나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북한의 '신뢰 회복 조처'를 먼저 요구하는 식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최근 한 강연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등 과거 지키지 않았던 약속을 먼저 이행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강경하고 경직된 태도로는 남북관계에서 진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고유환 교수는 "대북 제재 일변도로는 신뢰 자체를 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반성과 선 조처를 전제함으로써 사실상 교류·협력과 그에 따른 신뢰 형성을 막는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은 북한에 대한 발언이라기보다는 국내 정치적 수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교류·협력과 같은 낮은 단계의 통일 과정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통일 대박'을 앞세운다는 비판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북한 전문가는 "교류·협력을 차근차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을 던져놓고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만 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준 하어영 기자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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