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엽평론

중국, 석탄의 재발견..국내 화학업계 먹구름 (펌)

Chung Park 2014. 11. 6. 06:49
中 석탄의 재발견..국내 화학업계 '먹구름'
석탄화공, 2018년 올레핀 생산량의 30% 차지..일부 석화제품, 국내 유입 우려
입력 : 2014-11-05 오후 1:48:21

◇LG상사가 지난 7월 중국 네이멍구에서 상업 생산에 들어간 석탄화학 공장.(사진=LG상사)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중국발(發) 석탄 공습이 시작됐다.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자급화를 추진 중인 중국이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탄을 무기로 내세우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으로 원가경쟁력 저하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석탄화학까지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5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석탄화학 기반의 올레핀 연간 생산능력은 276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전체 올레핀 생산능력의 7.9%에 해당하는 만만치 않은 규모다.
 
석유화학 제품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이용해 제조한다. 올레핀은 나프타를 분해로 얻어지는 에틸렌·프로필렌·부틸렌 등을 통칭한 것으로, 주로 합성수지와 고무 등 화학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기초 원료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존 공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이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자원을 이용해 올레핀(CTO·Coal to Olefin) 제조에 나서면서 나프타 기반의 석유화학 제품에 도전장을 내민 것. 석유 대신 석탄을 원료로 플라스틱과 파이프, 비닐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중국, 석탄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 등 수직계열화
 
현재 중국에서는 CTO를 통해 '산업의 쌀'로 일컬어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비롯해 이들의 다운스트림(하위산업)에 해당하는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 폴리염화비닐 등의 수직계열화가 진행 중이다. 오는 2018년 이후에는 중국 전체 올레핀 생산능력에서 CTO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중국 석탄화학 산업의 급성장세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는 복병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최대 수요처이기 때문.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가격 경쟁력 약화가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CTO의 캐쉬 코스트(감가상각을 제외한 현금원가)가 나프타 기반의 올레핀 대비 59%나 낮은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CTO의 제조원가 가운데 석탄이 차지하는 비용은 22%에 불과하다. 원유가 제조원가의 85%를 차지하는 기존 올레핀과 비교하면 원가 경쟁력 면에선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CTO가 나프타 기반 올레핀을 완전히 추월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품질은 여전히 국내 기업이 한수 위라는 평가다. 다만 중국이 2010년부터 CTO 상업생산을 시작, 시행 착오를 거듭하며 공정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품질을 끌어올리는 일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는 우려도 설득력이 높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CTO를 통해 생산한 폴리에틸레의 경우 한국산 대비 제품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빠른 속도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나프타 기반의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유가 변동성에 취약하지만, 석탄은 변동비 부담이 적어 원가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상태"라고 진단했다.
 
국내 업계 1위인 LG화학 역시 중국 석탄화학의 성장세를 여의주시하고 있다. 정찬식 LG화학 NCC 사업부장(전무)은 지난 7월 2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중국에서 에틸렌이 1000만톤 이상 부족한 상태"라면서 "석탄을 이용해 자급률 향상을 꾀하는 방안이 지금으로선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2017년, 폴리프로필렌 공급과잉..국내 시장 유입 가능성 대두 
 
CTO 설비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점도 위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화학 기반의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의 총 생산능력은 연산 216만톤 규모로 나타났다. 오는 2017년에는 지난해 대비 7.7배 증가한 1657만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중국이 수입하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의 양도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폴리에틸렌 수입량의 경우 지난해 909만톤에서 2017년 789만톤으로 120톤 규모가 감소할 전망이다.
 
폴리프로필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17년 자급률이 100%를 넘어서며 67만톤 규모의 공급과잉이 발생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출길이 점점 좁아지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하는 실정. 지난해부터 중국산 저가 제품의 국내시장 침투로 고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의 전철을 국내 화학업계가 고스란히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이 국내로 유입돼 내수 시장에서 맞붙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지금까지 한국 내수시장에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과 중국 업체간 맞붙은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CTO를 통한 중국의 자급률 상승은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이 CTO를 통해 BTX(벤젠·톨루엔·자일렌), 모노에틸렌글리콜(MEG) 등의 생산도 늘릴 태세여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큰손 고객들을 잃는 것은 물론 직접 경쟁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놓일 전망이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석탄화학은 그간 물 부족과 환경오염, 제품 수송과정의 높은 물류비 등의 문제와 더불어 기술적으로 성숙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제약 요인들이 하나씩 해결되면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내년까지 석탄화학 관련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오는 2016년부터 석탄 기반의 석유화학 제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자급률 달성을 넘어 수출이 점쳐지는 등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에는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셰일가스의 공세에 중국의 석탄화학 기반의 석유화학 제품의 등장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면서 "저렴한 천연가스가 생산되는 해외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원료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자구책이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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