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치민주연합 당원 이충렬씨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해 "정의당은 예외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홈페이지에는 재정상태 항목이 전혀 없다"라며 "'돈 달라'는 항목은 있지만, '우리가 돈을 이렇게 쓰고 있다'는 항목은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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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 국고보조금'은 불법 정치자금 축소 등을 명분으로 지난 1980년부터 시행되어온 제도다. 중앙선관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각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총 6440억 원이었다. 지난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지급된 정당 국고보조금이 4400억 원이었다는 점을 헤아리면 지난 33년간 지급된 정당 국고보조금은 총 1조840억 원에 이른다.
정치자금법상 정당 국고보조금은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정책개발비, 당원 교육훈련비, 조직활동비, 홍보비, 선거관계비 등의 용도로만 써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용내역은 공개된 적이 없다. 비밀의 장막에 가려져 있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대로 된 감사가 실시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가끔씩 중앙선관위가 정당 국고보조금의 불법사용 사례를 적발하는 정도에 그쳤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적발한 정당 국고보조금 불법사용 건수는 51건(13억4542만 원)이었다.
"야당의 근본문제는 떴다방이 야바위판 벌이는 것"
지난 1991년부터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으로 활동해온 이충렬(57)씨는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소한 지난 5년간 국고보조금 집행내역의 전면적 외부감사를 자청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씨가 이렇게 정당 국고보조금을 겨냥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11일 오전 여의도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세월호 참사의 비극이 나를 일깨웠다"라고 말했다
" 세월호는 그 자체가 비극적인 참사지만 사람들에게 '한국의 기초가 굉장히 부실하구나' 하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동안 삼성 스마트폰 등에 도취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한국을 떠받친 하드웨어가 개판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런 세월호'가 한국 사회 도처에 숨어 있겠구나 싶었다. 한국사회에서 내가 세월호 선원은 아닐까? 그러면서 우리 정당문제를 고민해봤다."
이씨는 "나는 야당의 계파 싸움보다는 야당의 시스템과 문화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라며 "야당의 시스템은 야바위판이고, 야당의 문화는 떴다방이다"라고 꼬집었다. "떴다방이 야바위판을 벌이는 것이 야당의 근본적인 문제다"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헌법을 유린한 박정희의 10월 유신에 반대하면서 수십년 투쟁하고, 6월항쟁에서 성과를 거둔 것이 지금 야당의 뿌리다. 그 6월항쟁을 모태로 한 야당의 핵심가치는 독재자의 권력남용이 아니라 법의 지배다. 그런데 지금 야당은 룰과 시스템이 없다. '그때 그때 달라요'다. 그러다 보니까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떴다방이 뜬다. '야권통합'이나 '새누리당을 이겨야 한다'는 등의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떴다방이 뜬다. 지난 2012년 '혁신과 통합'과 통합한 것도, 지난 3월 안철수 신당과 통합한 것도 전형적인 떴다방이다. 그런데 이것이 상식에 벗어난 정치행태라는 것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국고보조금 사용이라고 본 거다."
"국고보조금 중 정책개발비 굉장히 의심스럽다"
이 씨는 "다른 문제를 제기하면 계파투쟁으로 치환해버리는데 국민세금인 국고보조금을 맘대로 쓰는 문제는 공적인 차원의 문제로 계파투쟁 차원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라며 "과거 이탈리아 '마니 폴리테 운동'처럼 한국정치도 이 토대를 바꾸어야겠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 그동안 야당의 잘못을 진보언론이 감싸줬다. 다수 논객도 반대진영이 더 절대악이니까 야당의 웬만한 잘못은 봐주자며 방탄복을 제공해왔다. 그 방탄복을 입고 야당이 썩어가고 있다. 지금 야당은 야바위 시스템과 떴다방 문화 위에 서 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없으면 어렵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국고보조금 문제를 제기하게 된 거다."
이씨는 "정의당은 예외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홈페이지에는 재정상태 항목이 전혀 없다"라며 "'돈 달라'는 항목은 있지만, '우리가 돈을 이렇게 쓰고 있다'는 항목은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 눈 먼 돈은 부패한다는 것이 영원한 진리다. 한국 정당들은 수십년째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감사받아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결국 그 돈은 당권파의 쌈짓돈이 된다. 거기에 관해서는 고참 당직자를 통해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 지도부의 회식비나 꽃값도 국고보조금에서 나가고, 국고보조금의 30%가 배분되는 정책개발비를 선거비나 당직자 인건비로 전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정책개발비가 당직자 등의 유흥업소 술값으로 사용되기도 한단다. 법률상 '횡령'이나 '배임'이 적용될 만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훨씬 많은 소문이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아 딱 부러지게 이거다 하기 어렵다"라고 토로하면서 "각 항목별로 전용과 편법 운용이 있다"라고 말했다.
"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야당이 분당과 통합을 반복하면서 당료들이 많이 늘어났고, 대표 임기도 짧아졌다. 대표가 들어오면서 자기 사람을 신규로 채용한다. 이렇게 사람이 많아지니까 인건비 규정을 어겨서 (국고보조금을 통해) 인건비를 조달하는 방식이 하나 있다. 또한 국고보조금은 주로 당직자 생활비(인건비), 지도부의 의전비(주로 꽃값이다), 조직활동비, 정책개발비로 쓰인다. 그런데 정책개발비가 굉장히 의심스럽다."
"국고보조금으로 안락한 생활... 그래서 계파에 무한충성"
▲ 이충렬씨는 "지금 정당들이 정치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정당 국고보조금과 재정 투명성을 법제화하는 것도 정치혁신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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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조심스럽게 '비자금 조성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는 "대표들의 꽃값으로 1년에 몇 억 원이 나가는데 대표마다 꽃(화환)의 단가가 다르고, 총선이나 대선에서는 여론조사비와 홍보비가 많이 드는데 대표마다 여론조사 단가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 회계전문가가 꽃값, 여론조사, 유세차 등을 정당끼리 상호체크해보면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종류별로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정당에 주는) 리베이트가 있다. 15%, 20% 등 그 액수가 작지 않다.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정당 안에서 자금을 만질 수 있는 사람(대표나 총무국장)이 (국고보조금과 리베이트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겠나?"
또 한 이씨는 "2010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 2012년 총선 공천 과정, 201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원칙을 어그러뜨리는 현상이 아주 많았다"라며 "이에 많은 사람들이 오픈 프라이머리 등 공천제도를 얘기하는데 근본적인 뿌리는 (국고보조금에 의한) 안락한 생활이다"라고 꼬집었다.
"정부 관료제도와 야당 관료제도는 차이가 아주 크다. 정부 관료제도는 줄을 대긴 하지만 일단 내부적으로 경쟁도 벌이고 기본적으로 국가충성을 기반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야당 관료제도는 계파 보스에 충성하는 구조다. 야당 관료제도는 계파라는 조폭의 행동대들이다. 그래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속에서 서민생활이 어려워져도 계파의 선택에 의해 당직자가 되면 평생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는다. 55살이 정년인데 중간에 명퇴해도 꽤 많은 돈을 받는다."
이씨는 "야당에는 계파에 무한충성하는 문화가 있고, 그 근저에는 야당의 안락한 생활을 보장하는 이 국고보조금이 깔려 있다"라며 "몇 달 동안 야당의 문제가 어딘가 봤더니 문제의 핵심고리가 국고보조금이라고 판단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과거 내부감사활동을 통해 국고보조금 문제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를 치르고 나서 당 대표가 전국적인 감사활동을 벌인 뒤 감사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덮었다고 들었다"라며 "지난 2012년 대선을 치른 뒤에도 대선경비 검증단이 구성돼 보고서를 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거기에는 여러 가지 범법사실이 기록돼 있는 걸로 안다"라며 "굉장히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당이 먼저 '국고보조금 감사' 제기해야"
이 씨는 5년마다 한번 감사원의 정당 국고보조금 사용내역 감사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1년에 참여연대가 아주 세게 국고보조금 감사원 감사 캠페인을 벌였다"라며 "김대중 대통령 말기 때 감사원이 직무감사를 벌이려고 했는데 당시 국회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야당 탄압'이라며 결사반대해 흐지부지됐다"라고 말했다.
"그 이후에 정당 국고보조금은 아무도 손을 못대는 성역이 돼 버렸다. 그로부터 13년이 흘렸다. 왜 세금이 들어간 정당 국고보조금은 감사를 안 받는지 모르겠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3조에 의해 보조금을 받은 단체들을 대상으로 자체 판단이나 총리의 요청으로 직무감찰을 벌일 수 있다. 정당들이 선관위에 제출한 회계자료를 감사원이 감사하면 된다. 하지만 여태까지 한국에서는 진영정치 때문에 안됐다. '야당 탄압'이라고 치고 나오면 다 묻힌다."
이씨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오해받기 때문에 여당이나 청와대쪽에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그래서 이번에는 야당에서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다.
" 지금 정당들이 정치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른 문제들도 다루어야 하지만, 정당 국고보조금과 재정 투명성을 법제화하는 것도 정치혁신 대상에 넣어야 한다. '5년에 한번 외부감사를 받겠다'고 말이다. 감사원에서 감사하는 게 나쁘지 않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를 감시하고 있는 것처럼 정당들도 5년에 한번 감사원 감사를 받는 것도 견제와 균형의 측면에서 3권분립 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씨는 지난 5년간 정당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을 감사할 경우 가장 많이 타격받을 야당 대표로 A씨를 꼽았다. 그는 "당료로까지 내려가면 새정치민주연합은 'A씨당'이다"라며 "그는 유일하게 임기를 채운 대표라고 자랑해왔는데 그 기간에 당을 자신의 당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씨는 "아파트가 오래 됐을 때 안전진단을 통해 이것을 계속 써도 되는지 허물고 재건축해야 할지를 판단한다"라며 "그런 것처럼 이번에는 정당 국고보조금을 고리로 한국정당체제의 안전진단을 실시해보자"라고 주문했다.
이 씨는 서울대 사회학과에 재학할 당시 반유신 시위 등으로 제적됐고, 이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조직부장을 지내는 등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난 2002년 노무현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해 노 후보의 외교특보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분과 자문위원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보훈복지공단 감사를 지낸 뒤 국내 최초의 보훈정책 연구서인 <보훈 복지정책의 혁신비전>을 펴내 주목받았다.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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