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엽평론

1년만에 말 뒤집은 방사청

Chung Park 2015. 9. 23. 09:03
작년 9월엔 "제대로 안되면 美제작사에 이행보증금 몰수"

최근엔 "핵심 4건은 추가 요청한 것… 제작사 책임 없어"

-작년 9월 협상때 무슨 일이…

美제작사, 핵심 4건 이전 난색

軍이 "안보라인 통해 美 정부 설득하겠다"며 계약

11개월간 허송세월… 이제와서 "안 될줄 알았다"

차기 전투기(F-X)인 F-35〈사진〉 도입 과정에서 AESA(위상배열) 레이더 통합 등 관련된 핵심기술 4건의 한국 이전이 무산된 것과 관련, 방위사업청이 납득하기 힘든 변명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22일 미국 정부가 핵심기술 4건에 대한 한국 이전 승인을 불허한 것에 대해 "4건은 우리가 추가로 요청한 사안으로 록히드마틴사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 처음 제안할 때부터 (승인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기술은 우리가 개발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사청의 해명은 작년 9월 우리 군이 F-35 40대를 도입하기로 미(美) 록히드마틴사(社)와 7조3418억원어치의 계약을 체결한 직후 밝힌 입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당시 방사청은 "기술 이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합의각서에 따라 항공기 제작사에 이행 보증금을 몰수하겠다. 합의된 사항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미국에서 기술 이전을 받기 힘들고, 록히드마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기술 이전 효과를 엉터리로 부풀렸던 셈이다.

군이 美업체 책임 면제해줘

우리 군이 F-35 도입을 통해 록히드마틴사에서 제공받으려 한 기술은 당초 21건이었다. 이후 방위사업청은 업체 측에 4건의 핵심기술 이전을 추가로 요청했다. 최첨단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 전자파 방해 장비 등에 대한 통합기술이었다. 미 정부는 이들 기술의 해외 이전을 안보 차원에서 철저히 금지해 왔다. 그만큼 독자 개발이 어려운 고난도의 기술이다. 방위사업청은 핵심기술을 들여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했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사가 난색을 표하자 군 당국은 "한·미 안보라인을 통해 미 정부를 설득하면 된다"면서 다른 21건의 기술 이전과는 달리 4건의 핵심기술에 대해선 이행 보증금을 지불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우리 스스로 미 업체의 책임을 면제해 준 것이다. 계약 체결 이후 방사청은 기술 이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술 이전의 경제적 효과만 14억달러에 이른다고 홍보했다. 군 당국이 핵심기술 이전 효과를 과대 포장한 것은 당시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에 대한 회의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11개월간 허송세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지난 4월 미 정부의 기술 이전 불허 이후) 군이 아무 일도 안 하다가 8월에 와서 국방장관이 미국 장관에게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군 당국이 작년 9월 계약 체결 이후 기술 이전을 받기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은 채 11개월 동안 사실상 허송세월만 했다는 얘기다.

◇자체 기술 개발 가능성 의문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은 지난 2013년 국방부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에서 "차기 전투기(F-X) 사업을 통해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하거나 개발 비용의 조달이 어려우면 KF-X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그런데도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미국이 4개 기술을 제공하지 않아도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독자적 기술 개발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개발비 8조6700억원을 포함해 120대 양산에 약 18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핵심기술을 기술협력 또는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면 추가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또 조광제 공군기획관리참모부장(소장)은 "핵심기술을 우리가 자체 개발할 경우 다른 장비와 상호 호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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