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문명/고조선

<펌> 우리 민족의 시원지 흑수 백산은 만주일까? -성현식 스카이데일리

Chung Park 2023. 11. 23. 10:22
우리 민족의 시원지 흑수·백산은 만주일까
성헌식 필진페이지 +입력 2022-11-08 12:20:24
 
▲ 성헌식 역사칼럼니스트·고구려역사저널 편집인
 

한국 사람들은 먹고사는 데 바빠서 그런지 몰라도 “역사가 밥 먹여 주냐?”면서 참역사에 대해 관심이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조선왕조가 5백 년간 중화를 위해 자국의 상고사를 축소·왜곡했다는 사실을 모를 뿐만 아니라 또한 분개하지도 않는다. 설사 재야사학의 강연을 듣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로 축소·왜곡된 역사를 접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조선·고구리·대진국 등 우리 고대국가들이 민족의 성산(聖山) 백두산과 동만주를 시원지로 하여 만주 일대에서 활동했다는 것이다. 재야사학의 이 논리가 바로 조선왕조와 식민사학에 의해 고착된 반도사관인 것이다. 차이는 경계가 약간 서쪽으로 더 가 있고 단군·조선을 신화가 아닌 역사상 인물·나라로 보는 것이 다를 뿐이다.

 

신라 승려 안함로가 쓴 ‘삼성기전 상(三聖記全 上)에서는 우리 민족의 시원지에 대해 “어느 날인가 환인(桓因)과 동남동녀 800명이 흑수(黑水) 백산(白山)의 땅에 내려왔는데 이를 환국(桓國)이라 하고 그를 가리켜 천제환인(天帝桓因) 또는 안파견(安巴堅)이라고도 불렀다. 환인은 일곱 대를 전했는데 그 연대는 알 수가 없다.

 

뒤에 환웅(桓雄)씨가 계속해 일어나 천신의 뜻을 받들어 백산(白山)과 흑수(黑水) 사이에 내려왔다. 사람 모이는 곳을 청구(靑邱)로 정했다. 신시(神市)에 도읍을 세우시고 나라를 배달(倍達)이라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참고로 원동중이 지은 ‘삼성기전 하’에는 백산이 천산(天山) 또는 태백산(太白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흑수 백산의 땅에 내려온 안파견 환인, 김산호 화백 작품. [필자 제공]
 

위 기록에서 우리 민족의 시원지라고 하는 흑수(黑水)와 백산(白山)은 과연 어디였을까? 식민사학계는 위서에 있는 내용인지라 위사라고 말할 것이며, 재야사학계는 우리 민족의 터전이 만주였으므로 흑수는 현 만주 동북쪽을 흐르는 흑룡강(黑龍江)이고, 백산은 바로 백두산(白頭山)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과연 그럴까? 

 

만일 단군이 만주에 있었다면 어떻게 ‘단군세기’의 기록처럼 산서성 남부에 있는 요(堯)임금과 땅의 경계를 다투고, 순(舜)을 보내 요를 정벌하고, 부루 태자가 도산(塗山)에서 우사공에게 오행치수법을 전하면서 서로 간의 경계를 정하고, 단군이 하나라 도읍을 몰래 시찰할 수 있었단 말인가! 이 말은 조선이 산서성 남부 가까이 위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단군왕검의 도읍지였던 아사달(阿斯達)은 주변 지명들에 관한 언급이 없기에 그 위치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단군이 다스리는 조선은 환웅이 다스렸던 배달국을 계승한 나라였으므로 아사달은 배달국의 마지막 도읍에서 멀지 않았을 것이라는 심증만이 있을 뿐이다. 

 

기록상 배달국은 신시에서 개천을 했다가 14대 자오지 환웅(치우천왕) 때 청구(靑邱)로 옮겨갔는데 그 위치를 알 수는 없으나, 박제상의 ‘부도지(符都志)’와 치우천왕의 활동무대였던 상곡군 탁록현의 위치, 하남성 신정시가 본거지인 황제 헌원과 10년간 73회를 싸웠다는 기록 등을 종합 검토해 보면 청구는 요임금의 도읍지 평양(平陽) 즉 산서성 남부에 있는 임분(臨汾)시 또는 동남부 여성(黎城)으로 비정된다.

  

반란을 일으킨 요임금에게 부도를 빼앗긴 왕검 일행이 간 곳은 배달국의 옛 도읍지였던 신시 부근이었을 것이다. 신시의 신단수(神檀樹) 아래가 바로 단목(檀木)의 터이다. 옛날에도 도읍지는 교통이 사통오달 하는 요지에 위치해야 하고 큰 산과 강을 끼고 있는 곳이어야 했다. 과연 평양(임분)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만한 도시가 어디에 있었을까? 

 
백산과 흑수 사이는 어디일까?
 
‘삼성기전’에서 환웅이 내려와 개천한 신시의 위치가 백산(白山)과 흑수(黑水) 사이라고 했으므로 두 곳을 ‘중국고대지명대사전’으로 검색해 보기로 하겠다. 먼저 흑수는 여러 곳에 산재해 있기에 과연 어느 흑수가 신시와 관련된 흑수인지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우선 平陽에서 먼 곳은 빼고 아래 ②~④의 3곳을 후보지로 찜하기로 하겠다. 
 
흑수(黑水): ① 지금의 만주 흑룡강 ② 산서성 수양현의 흑수촌(源出山西寿阳县之黑水村,合寿水至县南五十里,入洞涡水) ③ 산서성 익성현 북(在山西异城县北,源出乌岭山,西流入浍水,至县南五十里,入洞涡水) ④ 섬서성 감천현~의천현 (源出陕西甘泉县东,东南流迳宜川县入河) ⑤ 감숙성 해원현~고원현 북 ⑥ 감숙성 문현 서북 ⑦ 사천성 중경시 ⑧ 내몽고성 귀수현 등 8곳이 검색되었다. 
 
 
▲청색 숫자는 흑수의 위치, 적색 이름은 10대 천지 위치 [필자 제공]
 
백산에는 필수조건이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산 정상에 천지(天池)라는 호수가 있어야 한다. 현재 중국에서 천지라고 불리는 산정호수가 10여 개 있는데, 분원·연산 두 천지를 제외한 나머지 천지들은 평양(平陽)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 후보지가 될 수 없다. 분원·연산 천지의 산명이 백산인지 여부는 확인해야 할 것이다.
  
①천산(天山)천지: 신강성 창길부강(昌吉阜康)시 해발 1980m ②백두(白頭)천지: 길림성 백산시 해발 2189m ③분원(汾源)천지: 산서성 흠주시 1849m ④운룡(云龍)천지: 운남성 운룡현 해발 2551m ⑤맹달(孟達)천지: 청해성 해동시 해발 2500m ⑥연산(燕山)천지: 북경시 연경구 해발 601m ⑦아르산(阿尔山)천지: 내몽골 아르산시 해발 1332m ⑧천목산(天目山)천지: 절강성 임안시 해발 1200m ⑨구화(九華)천지: 안휘성 지주시 ⑩목란(木蘭)천지: 호북성 무한시.
  
백산을 ‘중국고대지명대사전’으로 추적하면 아래 결과가 나오는데, 현 백두산 이외 ②~④의 백산은 위치상으로 볼 때 동명이산(同名異山)임이 분명하다. 
 
백산(白山): ①현 백두산, ‘금사세기’에 “여진 땅에 혼동강(흑룡강)과 장백산(백산)이 있는데 소위 백산·흑수라는 곳. (即吉林长白山,《金史世纪》“女真地有混同江长白山” 混同江亦曰黑龙江,所谓白山黑水是也) ②강소성 강령현 동 삼십리 ③절강성 우원현 남 오십팔리 ④절강성 임해현 동북 250리. 
 
현재 검색된 자료상으로는 신시의 위치가 백두산과 흑룡강 사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뭔가 누락이나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닌지 더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