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17 22:18수정 : 2014.02.18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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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앞줄 오른쪽)이 지난해 8월20일 오후 서울 신촌동 연세대학교 새천년홀에서 열린 북한 인권 실태에 관한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유엔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
‘정치범 수용소’ 범죄로 적시
김정은 등 사법제재 권고
“중 탈북민 강제송환 말라”
방북 조사는 북 거절로 무위
내달 유엔인권이사회서 채택
유엔이 1년 동안 조사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첫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침해 행위를 ‘인도에 반한 범죄’(반인도 범죄)로 규정했다. 특히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 등 반인도 범죄 책임자들을 과거 유고 내전의 전범 등을 재판한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겨 사법적인 책임을 물으라고 권고하는 내용까지 담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에서 이 보고서의 인권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권 활동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애초 예상보다 상당히 강도 높은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북한 인권 상황을 훨씬 심각하게 인식한 것 같다. 애초 기대보다 훨씬 진전된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북한의 인권 침해를 ‘반인도 범죄’로 규정하고 그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도록 권고했다. 특히 국가안전보위부 등 국가기관뿐 아니라, ‘수령’을 포함한 개인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겨 형사 책임을 포함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북한 당·정·군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제1비서를 북한 인권 상황의 궁극적인 책임자로 지목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북한에 가장 가깝고 중요한 동맹국인 중국에 “탈북민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지 말고 보호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인정받고 있고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기도 한 중국으로서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구하는 ‘보호 책임’(R2P) 개념을 적용했다. 북한이 스스로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수령과 국가기관의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고립돼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권 보고서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의는 앞서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곧바로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인권 침해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전면 거부 입장을 밝혔다.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은 “이번 보고서의 권고는 지난 10여년 새 유엔 등 국제기구들이 발표한 것 중에 가장 강도가 높다. 압력·제재와 함께 대화를 병행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민족이나 주변 국가들에 북한과의 교류를 강화하라고 권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조사위는 지난해 3월부터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영국 등지에서 탈북민과 납북 피해자 가족 등을 만나 공청회를 열거나 개별 면담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북한도 방문 대상이었으나 조사단의 방북을 거절했다. 조사단은 북한의 식량권과 생명권의 침해, 고문, 비인간적 대우, 자의적 구금, 차별 등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