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지금까지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 허상을 지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째, 정부가 통일 대박론이라는 담론의 핵심 내용과 그것을 정책으로 실현하는 로드맵을 제대로 밝히고 있지 않아 그 실체가 오리무중이다. 둘째, 국내외 전문가나 해외 투자기관에서 나온 분석과 주장은 예외 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북한의 붕괴가 아닌 점진적·평화적인 과정을 통해 통일을 달성할 때 통일 비용보다 통일 편익이 커서 경제적으로 대박이 난다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통일 방법을 밝히지 않고 있다. 셋째, 만일 박근혜 정부가 붕괴흡수통일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할 터인데, 박근혜 정부는 지난달 국회에서 한 통일부 장관의 답변을 보더라도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도 결국 이명박 정부의 경우처럼 북한붕괴론에 ‘통일’이라는 모자를 씌워놓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또 박근혜 정부가 통일 대박론을 내걸고 흡수통일을 추진하면서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 그것을 빌미로 강성 대북정책을 취하고, 정부정책 비판 세력을 ‘종북몰이’로 잡고, 국내정치를 공안정국으로 재편하여 반민주적인 강성정국을 조성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통일 공론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음 몇 가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통일을 이야기할 때 그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분단극복을 이뤄내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상대방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을 붕괴시켜 흡수통일하는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인지, 또 후자의 경우, 객관적으로 북한이 현재 붕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객관적으로는 북한이 현재 붕괴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북한의 현실이 그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도 북한의 붕괴 위기를 강조하면서 흡수통일론을 주장하는지 정확히 살펴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과 대북정책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그 이유는 국민들이 특히 장성택의 무자비한 제거를 보면서 북한의 체제, 지도자에 대해 부정적인 심리가 극대화된 상황에 있고, 또 마침 북한이 ‘김정은 시대’를 열기 위해 대남관계를 개선하여 한반도를 안정화시키고 국제사회로 나가려는 전략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지만, 최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도 보듯이 적극적인 양보를 하고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역대 우리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의 교훈은 남북관계를 ‘상대방이 있는 관계’로 인정하지 않고 마치 ‘상대방이 없는 관계’처럼 규정하면서 붕괴흡수통일을 시도하고, 통일문제와 남북관계를 집권세력의 국내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할 때, 그 결과 통일은 그만큼 멀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방향 하에서 구체적인 실천의제를 공론화함으로써, 보수 집권세력이 이미 그 적실성과 실효성을 상실한 북한붕괴론을 지속하면서 통일과 남북관계를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위한 국내정치용으로 전락시켜 바람직한 통일의 공론화를 방해하고 통일을 지연시키는 행위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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