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부터 시작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국, 중국, 일본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통상 구도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특히 17일에는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생담당상과 마이클 프로먼 USTR 대표와의 장관급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 9~10일 일본 도쿄에서 18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였던 두 장관이 일주일 만에 장소를 워싱턴DC로 바꿔 다시 만나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ㆍ일 장관급 당국자들이 매주 만나는 것을 놓고 '뭔가 중대한 합의'가 임박한 신호라는 해석이 워싱턴DC 외교가에 파다하다"며 "쟁점이 됐던 민감 품목 수도 크게 축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프로먼 대표의 방일 직전인 지난 7일 약 97%에 달하는 품목에 무관세가 적용되는 자유무역협정(
워싱턴DC 외교가에서는 미ㆍ일 양국이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맞춰 호주보다 무관세 품목이 1~1.5%포인트 높은 98% 수준의 TPP 내용에 합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쇠고기, 밀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대폭 낮아진 관세를 적용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핵심 쟁점인 쇠고기 관세와 관련해서는 10%대 관세로 의견이 좁혀졌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TPP 협상에서도 일본이 '통 큰 양보'를 한다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최고 동맹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군사ㆍ경제적 봉쇄를 각오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속'이 타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중국의 TPP 참여에 잇달아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워싱턴DC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은 15일 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전환기 중국 경제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놀라운 일"이라며 "(미국은)중국의 TPP 참여를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밀월은 한국에도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 그러나 TPP 협상의 급진전은 한ㆍ중 FTA 협상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TPP 때문에 초조해진 중국이 한ㆍ중 FTA를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TPP 참여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한ㆍ중 FTA만큼 유용한 '징검다리'는 없을 것"이라며 "한ㆍ중 FTA를 TPP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