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외기》(職方外記)
한역 서학서(漢譯西學書). 예수회 선교사 알레니(G. Aleni, 艾儒略, 1582∼1649)가 저술한 세계 인문 지리서. 1623년 중국 항주(杭州)에서 6권으로 간행되었다. 명나라 신종(神宗, 1573∼1620)의 명을 받고 예수회 선교사 판토하(D. Pantoja, 龐迪我, 1571∼1618)와 우르시스(Sabbatino de Usis, 熊三拔, 1575∼1620)가 편찬에 착수하여 조사해 둔 기초 자료를 판토하 사후에 알레니가 증보한 것으로, 세계 각국의 역사·기후·풍토·민속 등과 해양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서명 《직방외기》는 ‘직방’, 즉 천하의 지도를 맡아 보며 사방으로부터 들어오는 공물을 관장하였던 관청의 관할에서 벗어난 나라들에 대한 기록이란 뜻으로 당시 ‘중화 세계 질서’에 속하지 않은 나라들에 관한 나라들에 관한 지리서이다.
《직방외기》에는 서문으로 서(序) 세 편과 소언(小言)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지조(李之藻, 1565∼1630)의 <각직방외기서>(刻職方外紀序)는 서명을 ‘직방외기’라고 명명하게 된 이유와 간행 과정을 밝혔다. 양정균(楊廷筠, 1557∼1627)의 <직방외기서>는 이 책을 통해 우주의 무한한 공간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데, 모든 창조주에 의해 만들어진 신앙적 견지를 강조하였다. <직방외기소언>에서 구식곡(瞿式穀)은 중국이 아시아의 10분의 1, 아시아가 천하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데, 중국인들은 중국만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 사상에 사로잡혀 있음을 비판하였다. 알레니는 <자서>(自書)에서 마테오 리치(M. Ricci, 利瑪竇, 1552∼1610)가 간행한 《만국도지》(萬國圖誌)와 판토하가 황제의 명으로 서양 지도에 대해 번역한 미간행 <도설>(圖說) 등 옛 글에 자신의 자료를 더하여 《직방외기》를 저술한 경위를 밝히고, 이 책이 중국 학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을 소망하는 내용을 담았다.
본문의 전체 총설 <직방외기수>(職方外紀首)는 알레니가 번역하고 양정균이 휘기(彙記)하였는데, ‘오대주총도계도해’(五大州總圖界度解)라 하였다. 천체와 대지에 관한 해설로 남북 양극, 적도, 황도에 대해 설명하고, 계절의 변화와 전체의 전환에 따른 천문의 변화와 지도의 경도와 위도에 관해 설명하였다. 이어 아시아[亞細亞]·유럽[歐邏巴]·아프리카[利末亞]·아메리카[亞墨利加]·사해(四海) 등 총 다섯 권으로 나누어 각 지역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각 권은 총설로 시작한 다음 각 나라를 하나씩 들어 해설하였으며, 아시아를 제외하고 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의 시작 면에 세 쪽을 펼칠 정도 넓이의 해당 지역 상세 지도를 한 장씩 만들어 붙여 이해를 도왔다.
권1 아시아에서는 우선 <아세아 총설>에서 아세아 대륙의 지리적·지형적 조건을 설명한 뒤, 중국과 중국의 조공국들은 명대에 간행된 전국 지도책 《일통지》(一統志)에 수록되어 있으므로 직방에 없는 나라들만 따로 적는다 하여, 타타르[韃而旦]·이슬람지역[回回]·인도[印弟亞]·파키스탄[莫爾臥]·이란[百爾西亞]·터키[度爾格]·이스라엘[如德亞]·실론[則意蘭]·수마트라[蘇門答刺]·자바[瓜?]·보르네오[渤泥]·필리핀[呂宋]·몰루카[馬路吉] 등으로 항목을 설정하여 상세한 설명을 하였다.
권2 유럽에서는 <총설> 다음에 스페인[西把尼亞]·프랑스[拂郞察]·이탈리아[意大里亞]·독일[亞勒瑪尼亞]·프랑드르[法蘭得斯]·폴란드[波羅尼亞]·헝가리[翁加里亞]·덴마크 제국[大泥亞諸國]·그리스[厄勒祭亞]·모스크바 대제국[莫斯哥末亞]과 지중해 제도(地中海諸島), 서북해 제도(西北海諸島)로 나누어 서술하였는데, 《직방외기》중 가장 많은 양을 할해하였다.
권3 아프리카에서는 <총설>에 이어 이집트[阨入多]·모로코[馬邏可]·패스[拂沙]·아프리카[亞非利加]·누미디아[奴米弟亞]·아비시니아[亞毘心域, 현 에디오피아]·모노모타파[馬拿莫大巴者]·모리타니[西爾得]·콩고[工鄂]·탄자니아[井巴]·카나리아 제도[福島]·상투메[聖多默島]·세인트 헬레나[意勒納島]·마다가스카르[聖老楞佐島]를 서술하였다.
권4 아메리카에서는 <총설> 뒤에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를 나누어, 남아메리카에는 페루[?露]·브라질[伯西爾]·칠레[智加]·카스틸리아[金加西蠟]를, 북아메리카에는 멕시코[墨是可]·플로리다[花地]·뉴프랑스[新拂郞察: 북아메리카 대륙에 있던 프랑스 식민지]·뉴펀들랜드[拔革老]·농지(農地, 미상), 앨버타[旣末蠟]·신아비엄(新亞比俺, 미상)·캘리포니아[加里伏爾泥亞] 등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서북 여러 오랑캐 지방[西北諸蠻方]과 아메리카의 여러 섬[亞墨利加諸島]을 기술하고, 말미에 마젤란(F. Magellan, 1480∼1521)이 발견하였다는 아메리카 대륙 남쪽의 마젤리니카에 관한 총설[墨瓦蠟尼加總說]을 덧붙였다.
권5는 해양에 관한 서술로, <사해총설>(四海總說)에 이어 바다 이름[海命], 섬[海島], 바다 생물[海族], 해산물[海産], 바다의 모습[海狀], 배[海舶], 바닷길[海道]로 이루어져 있다.
《직방외기》는 중화 세계 질서에 속한 나라들을 제외한 다른 세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지식을 전해 준, 총 220쪽에 달하는 방대한 인문 지리서이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뿐만 아니라 조선과 일본의 지식인들에게도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변화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조선에서는 중국에서 간행된 직후 전래되어 신학자들에게 주로 읽힌 듯하다. 인조 8년(1630) 진주사(陳奏使)로 북경에 왔던 정두원(鄭斗源, 1581∼?)이 이듬해 귀국할 때 각종 서양 과학 기기와 함께 가지고 온 기록이 보인다. 또한 이익(李瀷, 1681∼1763)은 <직방외기발>(職方外紀跋)을 저술하여 논평하였고, 그의 제자 신후담(愼後聃, 1702∼1761)은 《서학변》(西學辨)에서 이 책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비판한 점으로 보아 《직방외기》는 전래 초기부터 학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논쟁의 중심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직방외기》는 《사고전서》(四庫全書) 사부(史部) 지리편(地理篇)과 《천학초함》(天學初函)에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지리학, 해양학 및 천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동양 과학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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