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엽평론

Parasite (버러지떼)

Chung Park 2020. 2. 11. 05:25



오스카상이라 하는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만든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관왕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 주어 매우 기쁘다.


그런데 “기생충”이라는 타이틀의 영어는 Parasite이다. 어느 언어학자는 ‘버러지떼’라는 한국어를 영어로 만든 것이라 주장한다. 즉 영어는 한국어에서 왔다는 유튜브에 실린 주장의 하나이다. 난 이들 주장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자로서, 긴가민가 하면서도 이 글의 부제목으로 ‘버러지떼’를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생충”이라는 영화작품의 쾌거는 전 세계적인 공통의 문제인 빈부격차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어렵고 묵직한 주제를 재미있게 잘 표현하면서도 우리에게 전달하는 심각한 메시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켈리포니아의 한 시골인 이곳 사크라멘토까지 이 영화가 오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꼭 기회를 만들어 보아야 하겠다.


난 왜 제목을 “기생충”이라 했는지 의문이 간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자조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빈자가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를 묘사하는 말로서 그 의미가 크게 와 닿는다. 자본주의의 원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미국에서 이 영화가 상을 받는다는 것이 아니러니하다. 유럽에서는 대부분 자본주의의 폐해를 수정하는 수정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유독 미국은 이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버니 샌더스의 말처럼 아직 1%의 힘이 99%의 대다수 사람을 이기고 있다는 징표이다.


최근 미국 대선의 열기가 시작되었다. 공화당은 현 미국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탄핵논의도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America First”주장도 경제논리에 근거를 둔다. 즉 미국 경제의 문제해결에 촛점을 둔 것이다. 단지 그 해결방안으로 비즈니스맨 출신의 시각에서 본 관점에서 나온 방안을 제시한 것 뿐이다. 첫째, 중남미에서 오는 이민자 행렬을 멕시코 국경을 막는 장벽설치로 막으려 한다.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이들로부터 오는 피해를 가장 느낄 수 있는 백인 고등학교출신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는 미국 국방비의 감축이다. 이미 매년 국방예산을 줄이는 법에 따라 국방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해외 파견병력의 감축은 용이하지 않다. 미국의 팩스아메리카나의 전력을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힘이 있는데 돈이 부족한 상태이다. 그래서 힘으로 돈을 위해 세계 각국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는 것에서 시작하여 나토동맹국들의 국방 부담 증가, 일본의 방위부담 증가, 아프카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등이 모두 이러한 선상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란과의 과도한 충돌 회피도 이러한 선상에 있다. 단지 비즈니스맨 출신답게 거래하는 행태가 많은 사람들의 미간을 찌뿌리게 하고 있을 뿐이다. 셋째는 무역구조의 변화를 통해서 이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미중무역전쟁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과의 FTA 재협상, NAFTA 파기 및 국가간 협정으로의 전환 등이 그동안 추구해온 방안들이다. 이중에서 미중무역협정의 조정은 중공의 부상과 함께 패권전략의 의미도 있다. 때문에 중공도 용이하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또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어렵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트럼프전략은 아메리카 USA의 전체 파이를 지킬 수는 있어도 내부적인 소득재분배에는 하등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미국 방위산업의 매출 증가를 유도하고, 부자들의 감세를 가져올 망정, 미국의 전형적인 자본주의 폐단인 소득불균형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없다. 미국의 정치시스템도 이러한 소득불균형 구조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가만히 있으면 그 개선의 가능성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는 소득불균형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자들의 선거자금을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다. 반면 부티지지는 힐러리와 같이 부자들의 선거자금을 받아 활동한다. 누가 승리할 지 주목된다.


탄핵 절차는 트럼프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와 연관이 있었다는 바이든 후보도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가 그렇게 나왔을 것이다. 워런 상원의원은 Native American의 피가 흐른다고 해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일한 젊은 피라는 부티지지도 동성결혼자라는 약점이 있다. 동성연애를 인정하는 것과 동성결혼을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과는 다르다. 동성연애를 인정하는 기독교교단과 동성결혼을 한 목사를 모시는 것과 다른 이치이다. 과거 네오콘의 상징인 부시는 동성연애를 반대하는 한가지 명목으로 Bible Belt인 미국 남부의 대다수의 주를 접수했다. 따라서 학교에서 기독교식 기도를 허락하는 트럼프와 대비되는 부티지지는 중도층 표의 확장성에 매우 한계가 있을 것이다. 70대 나이의 문제는 트럼프, 샌더스, 워렌, 바이든 모두 공통의 문제이다.


기생충”의 오스카상 쾌거는 그래서 단지 영화만의 축제가 아닌 미국인들의 소득재분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나는 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사는 미국이 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고 보다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나는 선거한다면 이에 더 관심을 가진 샌더스를 지지할 것이다. 과거 오바마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We can do it”을 외쳤지만 오바마케어 하나 이룩했을 뿐이다. 최저임금 개선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미국의 문제는 그렇게 표피만 바꾸어서는 해결이 안된다. 단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보다 핵심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좌파적이라 생각하고 경계하는 오바마는 힐러리를 밀어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것뿐이다. 올해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지켜보고자 한다. 미국을 위해서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