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의 미군기지였던 캠프 페이지 부지에 조성된 유채꽃밭에서 관광객이 휴대전화로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 원두막 뒤로 캠프 페이지 시절 사용했던 물탱크와 조종사 숙소가 보인다. 캠프 페이지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조성된 이후 줄곧 미군이 사용해 오다 2005년 우리 정부에 반환됐다. 춘천시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 크기(59만㎡)인 이곳을 매입해 자연공원과 시민체육시설 등으로 꾸며 8일 시민에게 개방한다. [춘천=이찬호 기자] |
반환되기 이전의 춘천 캠프 페이지. [사진 춘천시] |
이 땅의 미군기지는 6·25전쟁 기간 중과 그 직후에 조성됐다. 크고 작은 미군기지가 차지한 면적은 2억3100만㎡에 달했다. 경제 개발로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교외에 자리 잡았던 미군기지 부지는 어느새 도심 속 노른자위 땅으로 변했다. 도시 발전에는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캠프 페이지의 경우는 승용차로 2~3분이면 족한 거리를 10여 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주기도 했다. 춘천시의회 강청룡 의원은 “헬기 소음으로 인한 불편뿐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에도 제약이 따르는 등 춘천 발전의 장애물이었다”며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도심 속 성역이어서 남의 나라 땅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지던 곳을 마음껏 밟을 수 있다니 감회를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군기지가 본격적으로 반환된 것은 2003년부터다. 서울 용산 기지를 비롯한 주요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등 주한미군 재배치에 관한 한·미 양국의 협상이 매듭지어짐에 따라서다. 모두 1억6500만㎡ 규모의 땅을 차지하던 80개 미군기지와 시설이 반환 대상으로 결정됐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반환이 완료된 기지는 전국적으로 49곳에 이른다. 이 중 우리 군·정부가 재활용하는 21곳을 제외한 28곳은 다른 용도로 활용되거나 재개발된다.
춘천의 캠프 페이지는 2016년까지 임시 공원으로 사용한 뒤 그 이후 재개발될 예정이다. 이광준 춘천시장은 “춘천 발전의 최대 장애이던 캠프 페이지가 미래에는 춘천의 핵심 지역이 될 것”이라며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종합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 페이지에 이어 전국 각지의 미군 부대가 시민에게 개방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파주 군내면 민통선 안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는 7월 27일 정전 60주년을 맞아 병영체험장으로 개방된다. 경기도 동두천시는 상패동 캠프 님블 자리에 48억원을 들여 6000㎡에 녹지공간, 체육공간 등을 꾸며 올 연말 개방할 계획이다. 공원 옆 3만2000㎡에는 침례신학대 동두천캠퍼스가 2015년 개교를 목표로 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 범전·연지동 캠프 하야리아도 공원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찬호·전익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