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엽평론

4대강 등 국책사업에 돈 쏟아부어…‘빚폭탄’ 부메랑 (펌)

Chung Park 2014. 7. 1. 12:20


사회

사회일반

4대강 등 국책사업에 돈 쏟아부어…‘빚폭탄’ 부메랑

등록 : 2014.07.01 10:49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3년 12월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규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현 부총리, 박기품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박청원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장. 정부는 부채관리를 위해 공공기관의 신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내실화하고 사후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해말 공공기관 부채 523조
박근혜 정부, 임기 첫해 빚 25조 늘어
12개 핵심 공공기관, 부채 83% 차지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공공기관의 부채 비율을 2017년까지 200% 이내로 낮추겠다는 게 골자다. 공공기관 부채는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까?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2013년 말 기준 공공기관의 총부채 규모는 523조원이다. 국가채무 464조원(지방정부 제외)보다 59조원 많은 수치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겠다며 12개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을 지목했다. 부채 규모가 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을 중심으로 자산 매각, 해외사업 축소 등 부채 감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9월 이행 실적을 점검해 성과가 부진한 기관은 기관장을 해임하고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압박 카드도 꺼내든 상태다. 주로 자구책에 의존해 부채를 줄이라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공기업은 7조원에 이르는 알짜 부동산을 급매물로 내놓는가 하면, 정부의 사업 조정 요구에 떠밀려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를 미루기로 했다. 공공기관 부채 증가 원인에 대한 분명한 원인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근시안적 해법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부채 감축 방안으로 내놓은 비핵심사업 축소, 민간자본 활용, 사업 시기 및 방식 조정, 비효율적인 방만경영 축소 등의 대책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공기관 통폐합과 민영화, 그리고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성 강화 등 구체적인 해법도 유사하다. 이명박 정부는 정치권과 노동조합 등의 ‘저항’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실 산하에 ‘공공기관경영혁신추진단’을 설치하는 방안도 내놨다. 결과는 어땠나? 이명박 정부 집권 5년(2007~2012년) 동안 늘어난 공공기관 부채는 무려 244조원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첫해인 2013년에도 공공기관 부채는 25조원가량 증가했다. 공공기관 부채에 대한 냉철하고 정확한 인식과 이해가 우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부채 증가를 가져온 진짜 이유는 뭘까?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전국 295개 공공기관 가운데 12개 핵심 공공기관 부채(2012년 말 기준)가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83% 이상을 차지한다. 금융업 성격을 지니는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장학재단을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한국전력공사(발전 5사 포함),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등이다. 지난 5년간 이들 12개 공공기관에서 늘어난 부채가 전체 공공기관 부채 증가분의 92%를 차지한다. 엘에이치공사와 한전이 각각 71.2조원과 56.4조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비율로는 수자원공사(88%)와 석유공사(79%)가 크게 늘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이들 공공기관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들 공공기관의 과거 5년간 쌓인 빚더미의 ‘행적’을 따져봤다. 공공기관 부채 가운데 채권발행이나 외부차입, 즉 이자를 물어야 하는 금융부채 기준으로 원인을 짚어본 것이다. 먼저, 엘에이치공사는 2008년부터 5년간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55조원을 빌렸는데, 보금자리사업에 15조원, 신도시 개발과 택지보상에 14조3000억원, 공공사업인 주택 임대사업을 위해 14조원을 빌려썼다. 이는 엘에이치공사 전체 금융부채의 80%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국전력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이 금융부채 증가의 주된 요인이었다. 2008년 77%에 그치던 원가회수율이 2012년엔 88.4%까지 높아졌지만, 여전히 전력사업과 발전사업에서만 30조원의 금융부채가 발생했다. 한전 전체 금융부채의 91%다. 원가회수율은 전기 공급에 소요된 비용을 전력 판매로 얼마만큼 회수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여전히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고 있는 셈이다. 한전의 경우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부채 증가폭이 가장 가팔랐던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에 투입한 7조원이 결정적이었다. 공사 전체 금융부채의 70%가 4대강 사업에서 비롯됐다. 경인 아라뱃길 사업 역시 2조원대 금융부채를 야기했다. 석유공사는 해외개발 사업으로 9조4000억원의 금융부채를 떠안았다. 대부분 정권 차원의 정책 사업을 수행하거나 정부의 원가 통제를 따르다 금융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방만경영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는 복리후생비는 과연 어떨까. 지난 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이행 계획에서 밝힌 올해 공공기관 부채 감축 목표는 모두 39조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복리후생비 등 복지 관련 감축 규모는 최대 1600억원이다. 부채 감축 목표의 0.4%에 해당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295개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총액은 8114억원이다. 모든 기관에서 기존의 복리후생비를 몽땅 없앤다 해도 감축 목표의 2%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노동계에서 “정부가 공공기관 1인당 144만원의 복리후생비로 공공기관 부채 520조원을 해소하려면 3250년이 걸린다”고 꼬집는 근거다. 물론 정부는 복리후생비의 규모는 미미하지만 공공기관 내부의 도덕적 해이를 없애고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지속적인 비용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태도다.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공공기관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예산으로 해야 할 사업에 공공기관을 무리하게 참여시킨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절대 규모만 놓고 획일적 잣대로 줄일 게 아니라 기관별 특수성을 감안해 접근해야 한다. 과거 국책사업으로 짊어진 공공기관 부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먼저 인정해야 올바른 해법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