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동걸 칼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야당 |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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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예상대로 지난 7·30 재보선에서 대패했다. 야당만 그 결과를 예상 못했는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대표들은 사퇴했고,
당은 며칠 동안 부산을 떨더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당을 혁신하고 재건할”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했다. 소속 의원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무한의 책임으로 깊이 반성하고 당이 없으면 내가 없다는 ‘무당무사’(無黨無私)의 정신으로 헌신할 것”을 결의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면서 ‘무민무당’(無民無黨·국민이 없으면 당도 없다)의 정신도 강조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무언가 좀 이상하다. ‘국민 공감’을 말하지만 지금까지 하는 것으로 봐서는 국민에게 공감을 주지도,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받지도 못할 것 같다.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하는지도 의문시된다. “깊이 반성”한 것 같지도 않다.
말과는 반대로 아직 ‘무사무당무민’(無私無黨無民·내가 없으면 당도 없고 국민도 없다) 생각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야당은 아직
국민의 뜻을 모르는 것 같다.
야당 원내대표는 선거 패배 후 며칠 동안 중진·고문, 초선·재선그룹, 비례대표, 시·도당 위원장 등 당내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마치 당내 인사들에게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신들의 기득권을 해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하는 모양새였다. 당내 계파들의
눈치보기에만 바쁜 것 같다. 국민만 안중에 없었다.
“국민의 눈으로 진단하고, 국민의 마음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국민의 공감 속에 당의 재건과 완전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하면서도 선거에 왜 패배했으며(국민이 왜 실망했으며), 앞으로 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국민의 뜻을 어떻게 받들어야 할지)에 대해 국민에게 한번도 물어본 바 없고 앞으로도
물어볼 것 같지 않다. 아직 야당에게 국민은 없다. 계파만 있고 알량한 ‘2등 기득권’만 있는 것 같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으로 국민의 아픔을 함께하겠다”고 다짐하고는 그 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월호 특별법을
새누리당에 상납하듯 갖다 바쳐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오죽하면 “새정치 니들도 속옷만 입고 도망가던 선장이구나”라는
말이 나올까. 당내외의 반발로 비상대책위원회는 제대로 출범하기도 전에 그 안에 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야 할 지경이 돼버렸다.
단언컨대 이건 절대로 국민이 원하는 야당이 아니다. 이건 절대로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야당이 아니다.
대통령과 장관이 “보고를 받지 않았으니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뻔뻔하게 하는 무책임한 정부에
대해 확실히 책임을 묻는 정당을 우리는 원한다. 시급한 국가 중대사에 관한 문제는 즉각 대통령과 장관들에게 보고되고 즉시
처리되는 믿음직한 정부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정당을 우리는 원한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가 걸린 중대사가 발생하고
일곱시간이나 지나도록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몰라 제대로 보고하지 못하는 ‘고장난 정부’를 고칠 수 있는 정당을 우리는 원한다.
서민소득 증대방안이 부자소득 증대를 위한 위장전술이 아닌 정당을 우리는 원한다. “보수는 혁신이다”라는 수구정당의 거짓 구호가
발붙일 수 없게 제대로 혁신하는 정당을 우리는 원한다. 젊은이들에게는 오늘보다 내일의 삶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장노년층에게는 내일의 삶을 불안해하지 않게 해주는 정당을 우리는 원한다. 민생을 핑계로 보수로 회귀하는 비겁하고 무능한 정당이
아니라, 혁신이 민생경제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진정한 경제혁신 정당을 우리는 원한다. 혁신이 일자리고 성장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유능한 수권정당을 우리는 원한다. “투쟁 이미지”를 벗겠다는데 언제 서민중산층을 위해서 제대로 투쟁한 적이나 있었나?
“없는 사람들은 늘 그렇게 살았어요. 늘 그래 왔잖아요”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없어지게 만드는, 서민중산층을 위해 투쟁하는 그런
정당을 우리는 원한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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