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조치의 해제

제목 : 5.24조치의 해제

남북간 경제협력을 가로 막고 있는 5.24 조치를 해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정부의 일부 보수층은 북한의 행동이 앞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인천 아시언게임에 북한 고위급 3인이 방문하여 남북협력을 강력히 원하는 것을 표시한 만큼, 이것을 북한의 행동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고 본다.

5.24조치는 원래 천안함 사건 때문에 생긴 대북 제재 조치이다. 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진실을 모르지만 이에 대해 여러 다른 주장들도 읽었다. 따라서 그 진실을 논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는 것보다는 5.24 조치 해제로 일차 그 매듭을 짓는 것이 어떤가 한다. 그 진실은 앞으로 세월이 흐른 후 밝혀질 것이다. 따라서 야당이나 재야에서도 5.24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남북경협을 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이해하고, 천안함과 연결하여 정부를 진퇴양난에 빠지지 않게 하는 지혜가 있으면 한다. 그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북경협의 강화가 더 우선적인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통일은 대박이라 한다. 그러나 통일이 언제 되느냐에 따라 통일은 대박이 될 지 쪽박이 될 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통일은 되는 것이 더 바람직 하지만, 그것이 주위 나라들에 의해 분단이 된 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통일은 현재의 남북보다 서로의 동질성 회복과 상호의존 관계가 보다 심화된 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일의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던 것은 동독의 지배층조차 통일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한은 지금 그러한 상황이 아니다. 지배층이 아닌 국민들도 아직 통일의 염원이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질성 회복과 상호 교류 강화와 경협의 강화로 서로가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먼저이다.

남북 통일에 대한 미국의 이익은 꼭 한국의 이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군산은 북한이 강력하게 도전해 오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한국에도 많은 무기를 판매하고 미국에도 여러 방위 투자를 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한다. 또한 미국은 한국이 미국에 항상 의존하게 만들고 그로부터 오는 이익을 취하는 것이 그들의 세계 전략상 유리하다. 한편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에서 러시아나 중국의 팽창을 견제해 주는데 일조하기 바란다. 따라서 그들은 남북이 가까워져 가는 것이 껄끄럽다.

반면 한국은 꼭 그렇지 않다. 남북한이 경제협력 강화로 필요 이상의 군사력 투자를 막을 수 있고, 상호간 경쟁력을 합쳐 세계시장에서 보다 큰 이익을 취할 수 있다. 그 후에 그 능력으로 미국의 간섭이 없는 독자적인 국방력 강화를 이룰 수도 있다. 한반도의 한민족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모두와 사이 좋게 무역을 강화하며 사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들 중 그 어느 나라가 침범해 와도 막을 수 있는 국방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힘을 키울 때이지 대적할 때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붕괴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북한을 변화 시켜 국제 무대로 인도하여 한민족의 힘을 키울 때이다. 이런 의미에서 탈북인들의 삐라 살포 행동도 설득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우방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조선말 고종이 미국에게 도와 달라고 애걸하고 매달렸건만 미국은 일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카쓰라 태프트 밀약은 국제관계의 냉혹함을 보여 준다.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도 한국의 이익을 위해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 북한을 변화 시켜 제2의 한강의 기적이 대동강에서 나오게끔 유도해야 한다. 미국도 북한이 중국 같이 변화한다면 기꺼이 미국시장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말로만 비핵을 외치지 말고 북한이 안심하고 핵을 내려 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한국의 몫이다. 5.24조치 해제가 이러한 노정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