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10조 5천억원에 낙찰받은 사건이 아직까지 화제다. 현대차그룹의 배팅에 대해서는 '승자의 저주'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현대차그룹의 선택은 특히 4조원 초반대에 입찰가를 부른 삼성과 비교돼 비합리적인 투자의 사례처럼 얘기되고 있다.


부지감정가가 3조 3346원이었으니 정몽구의 현대차그룹은 무려 감정가의 3배가 넘는 금액을 주고 한전부지를 인수한 셈이다. 부정적인 평가들이 봇물을 이루는 것도 당연하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기술개발에 사용해야 할 자원을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고 근심한다. 현대차그룹을 전세계 5대 자동차 회사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 정몽구도 이제 총기가 흐려진 것인가?


이게 그렇게 간단치 않다. 감정가 및 삼성그룹의 입찰액과 단순비교해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매입금액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건 사안의 일면만 보는 것일수 있다. 이렇게 보는 건 어떨지?


한전부지 면적이 7만9342㎡다. 현대차그룹은 3.3㎡당 4억879만원을 지불한 셈이다. 그런데 2012년 용적률 300%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옛 신영 모델하우스 부지가 3.3㎡당 1억2천500만원에 팔린 적이 있다. 한전부지는 제3종 주거지역으로 현재 용적률이 250%에 불과한데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되면 용적률이 800%로 높아질 것이다. 단순히 계산해보면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3.3㎡당 4억원 대에 낙찰받은 건 전혀 무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이미 서울시는 한전부지를 포함해 '코엑스~ 서울의료원.옛 한국감정원 부지~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72만㎡를 서울의 미래 먹거리 산업 핵심 공간인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동 일대가 강남의 강남이 되는만큼 교통인프라도 조밀하게 깔린다. 서울시는 삼성역에 KTX(고속철도)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남부광역급행철도 및 9호선 연장구간, 위례신사선(경전철) 등을 집중시킬 계획을 세웠다. 일찍이 특정 지구에 이런 수준의 교통망이 집결된 적은 없었다.


대한민국의 중심은 서울이다. 서울의 중심은 강남이다. 삼성동 한전부지는 강남의 강남이 될 예정 지구의 중핵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의 시세를 감안해도 현대차그룹은 결코 비싸다고 하기 어려운 가격에 토지를 매입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이 매입한 토지는 향후 가늠이 어려울 정도의 개발호재가 있는 곳이다.   

어떤가? 사정이 이런대도 정몽구의 결정을 어리석다고 비웃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못하겠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