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한국, 진영이라곤 수구·보수동맹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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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교수 ‘창비’ 게재 논문
사회 전반 장악해 기득권에 골몰
중도세력 확보해야 변혁 가능
전작권 환수연기는 한심한 선택
개혁적 인사들도 분석 더 정교해야
“분단 체제의 수구적 기득권 세력은 상당수의 진정한 보수주의자마저 포섭했다. 수구·보수동맹 외에는 따로 진영이랄 것도 없게 된 분단한국 특유의 현실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요구된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번주 발간될 계간 <창작과 비평> 2014년 겨울호에서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2013년체제론 이후’를 발표했다. 계간지 논문으로는 이례적으로 원고지 230장에 이르는 분량이다.
이번 논문은 그가 2년 전에 낸 책 <2013년체제 만들기>에서 제시한 ‘2013년체제론’에 대한 자기성찰과 원대한 새 구상을 담아 내놓은 ‘체제를 넘어선 테제론’이다. 백 교수는 이 글에서 지금 대혼란의 구조적, 역사적 원인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민생과 복지, 남북관계와 평화 지향에 대한 길을 단기·중기·장기적 과제로 나누어 탐색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진영 논리’에 대한 접근을 정교하게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수구를 이념상의 ‘극우’와 구별할 것을 제안하고 “수구세력 대다수는 이념을 초월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골몰한 인사들”이라며 “극우 이념의 신봉자는 소수”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수구-보수연합의) 정치적 집결체인 새누리당”이 대통령, 국회의원 과반수, 관과 군부, 검찰과 사법부, 경제·언론·종교·법조·학계 등 “사회의 유리한 고지를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건) 저 막강한 성채에 균열이라도 일으키라고 국민이 차려준 진지 몇개”가 전부라고 말했다. 진지조차 없는 대중이 광장이나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데도 “야당이 마치 자기네도 하나의 진영을 갖춘 듯이 편 가르기로 나서서는 국민의 빈축을 사기 십상”이라고 야당에도 화살을 돌렸다.
이를 극복하는 ‘큰 전환’을 위해서 백 교수는 2009년 내놓은 “변혁적 중도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반도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숙고하는 ‘변혁’과 광범위한 중도세력을 확보하는 ‘중도주의’를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근대 세계체제의 변혁을 위한 적응과 극복의 이중 과제를 한반도 차원에서 실현하는 일이 분단체제 극복 작업이고, 그 한국 사회에서의 실천노선이 변혁적 중도주의”라고 말했다.
제목의 ‘적공’(공덕 쌓기)은 ‘전환’과 다른 말이 아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백 교수는 “제때에 전환을 이루지 못할 경우 나라가 어떤 혼란과 난경에 빠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가 그나마 쌓은 공력 덕분에 “민주화와 자력”을 갖췄지만, 전환을 이루기엔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2016년 총선 이후에 제대로 된 헌법 개정을 한다는 중기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국회의원들끼리 추진하는 개헌이라면 “기득권자들의 담합 이상이 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거의 무기한 연기하는 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보다 더욱 한심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사주권이 회복되기로 예정되었던 것을 국회 및 국민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번복한 것은 6·25전쟁의 와중에 이승만 대통령이 작전통제권을 통째로 미국에 넘겨준 것보다도 더욱 심각한 주권양도 행위”라고 꾸짖었다.
이른바 개혁적 인사들이나 지식인들이 사회적 혼란을 분석하며 원인을 단순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국가주의가 만악의 근원”이라고 보거나 “매사를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는 ‘신자유주의 타령’”은 “관념적 유희”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주의, 신자유주의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 온전한 통일국가의 부재라든가 자유주의보다 더 낡은 ‘봉건적’ 요소 따위와 어떻게 결합해서 작용하고 있는가를 좀더 연마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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