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기술과 특허를 탈취하거나 단가를 후려치는 등 ‘갑의 횡포’가 여전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몇몇 중소기업은 이로 인해 기반 토대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의 주최로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회’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은 “원하청 관계에서 대기업이 제안하는 협력사업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라며 “하지만 대기업은 이를 악용해 중소기업의 기술, 특허를 탈취하거나 뒤늦게 계약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냉각기 전자부품 제조회사는 하영브이아이티(하영) 배웅진 대표는 동부대우전자가 자사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하영은 특허가 적용된 금형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동부에 납부했는데 어느 시점부터 같은 제품이 다른 업체를 통해 동부에 납품됐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동부의 요청으로 금형 제작 도면을 제공했는데 이 도면을 다른 업체에 건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의 주최로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사진=을지로위원회
 

엘지유플러스에 특허를 탈취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오텔레콤 김성수 대표는 지난 2001년 엘지유플러스가 자신들이 만든 ‘긴급호출서비스’를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오텔레콤 대표는 엘지전자의 요청으로 변리사와 함께 기술 설명을 하고 특허 자료도 건네주었다고 했다. 자사 기술이 엘지 휴대전화가 도입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엘지는 서오텔레콤 기술이라는 표시 등도 없이 해당 기술을 탑재한 ‘알라딘폰’을 자체 출시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현재 서오텔레콤과 엘지 유플러스는 소송 중에 있다. 


에스케이 네트웍스서비스(SK)와 협력 사업을 했던 민즈커뮤니케이션(민즈), 서림씨앤씨(서린), 키프트 등 3개 업체는 SK와의 협력 사업에 참여했다가 낭패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민즈 안성민 대표는 SK의 제안으로 스마트폰 앱 및 하드웨어 개발까지 마쳤으나 제품의 영업이 부진하자 SK는 영업을 중단하고 민즈에 500만원 정도의 금액만 제공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해당 사업에 4억원 정도가 투자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언에 따르면 ‘단가 후려치기’도 여전했다. 휴먼테크 방정석 대표는 조선업체인 욱일기업이 선박 47척에 대해 부당하게 대금을 결정하고 감액했다고 주장했다. 또 제작을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방 대표는 “욱일업에게 받지 못한 하도급 대금이 6억3500만원에 이른다”며 “20년 넘게 영위해 온 사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을지로위원회와 참여연대 등은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을 약탈하는 행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사실상 경제민주화 공약을 폐기한 이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기관도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하려는 역할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1차 사례 발표에 이어 2차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