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엽평론

황사 진원지에 한국인이 녹색 장성 만든다

Chung Park 2014. 4. 7. 12:07


黃砂(황사) 진원지에.. 한국인이 綠色(녹색)장성 만든다

조선일보 | 쿠부치 | 입력 2014.04.07 03:01 | 수정 2014.04.07 09:12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달 30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쿠부치(庫布其) 사막 동쪽 끝자락. 한국 미래숲 녹색봉사단이 4400그루 포플러와 사막버들을 심는 현장에 농부 궈이산(郭義善·75)씨가 나타났다. 그는 미래숲 권병현(76·전 주중 대사) 대표를 찾더니 계란 50개를 내놓았다. 13년째 쿠부치 사막을 찾아온 한국인들에게 주는 마음의 선물이었다.

궈이산씨가 사는 곳은 현장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의 룽터우과이(龍頭拐) 마을. 궈씨는 "황사가 마을을 덮기 시작하면서 20여 가구였던 마을이 한때 단 두 가구만 남았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궈씨는 "녹색장성(綠色長城) 사업 이후 모래 먼지가 점차 줄면서 지금은 열한 가구가 살고 있다"고 말했다.

궈이산씨의 이런 설명은 이번 원정에 참여한 대학생들에겐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솔직히 광활한 사막에서 나무를 심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박진수·22·중앙대)

지난 29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13기 미래숲 녹색봉사단 100여명은 비행기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기차로 사막 입구에 닿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총 16시간 여정 끝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 앞에 펼쳐진 쿠부치 사막은 세계 아홉째로 큰 사막으로 동북아로 오는 황사 중 40% 이상의 진원지다. 이곳에서 날아드는 모래는 매년 서울 면적의 5배에 이르는 땅을 뒤덮는다. 녹색봉사단은 30~31일 사막에 강한 포플러와 사막버들을 심고 나뭇가지 울타리로 모래바람을 막는 작업을 마쳤다.

미래숲이 이곳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었다. 다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만 생각했다. 13년간 2500ha 면적에 총 700만 그루를 심는 성공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중 양국의 협력사업으로 어느덧 640만 그루가 들어섰고 올해 60만 그루를 더 심으면 '녹색장성'이 완성된다. 사막을 종단하는 도로 16㎞ 구간의 양쪽에 폭 500m의 방사림(防沙林)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권혁대 미래숲 중국본부장은 "처음엔 '어차피 실패할 것'이라며 지켜보던 현지인들이 지금은 밤낮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현장에도 '중국의 미래 권력'이라 불리는 공산주의청년단 간부와 대학생 멤버들, 중국국제청년교류센터와 베이징시 관계자, 현지 주민 등 150여명이 동참했다. 교류센터 홍꾸이메이 부주임은 "앞으로 10억 그루를 심는 것이 한국 미래숲과 우리의 공동 목표"라고 말했다.

권병현 미래숲 대표는 "중국에서 얻은 노하우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북한도 살리겠다"고 말했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북한의 토지 사막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그는 "북한 사막화를 막는 일은 통일 준비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숲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북한에서 숲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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