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엽평론

"북한, 산림 황폐화로 기후 변화 피해 더 심각"

Chung Park 2014. 4. 8. 11:37


가뭄이나 홍수 등 크나큰 자연재해가 없어야 그해 풍년이 든다. 하지만 비옥한 땅도 부족한 북한에 최근 봄 가뭄이 심각하다고 전해진다. 북한 방송매체인 조선중앙방송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 이후 40여 일간 북한 대부분 지방에 비가 전혀 내리지 않거나 매우 적게 내렸다. 

특히 이 기간 나름의 평야지대인 서해안과 중부 내륙지방의 평균 강수량이 1.6㎜에 불과해 지난 1961년 이후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여름, 북한에는 1981년 이후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해였다. 이처럼 북한도 아예 비가 내리지 않거나 특정 기간에 비가 한꺼번에 많이 내리는 등 해마다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회 시스템이 취약한 북한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다. 

여기에 산림 황폐화까지 더해져 토양 유실이 무척 심각하다. 지난달 17일 명수정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연구위원을 만나 북한의 산림 황폐화와 기후변화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기사 관련 사진
▲  명수정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연구위원은 북한은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역량이 낮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으로 특히 심각한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정연화기자

관련사진보기


- 한반도의 기후변화는 어느 정도인가요.
"지난 30년간(1981~2010년, 기상청 자료)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2℃ 상승했으며 모든 계절에서 기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기온 상승은 평균 10년 당 남한(0.36℃)보다 북한(0.45℃)에서 더 크게 나타났는데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한반도에서의 온난화 경향이 2100년까지 꾸준히 지속될 전망입니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 평균보다 한반도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보다 더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 북한의 기후변화와 그 피해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지난 2003년 국제기후변화 심포지엄에서 북한 기상수문국(남한의 기상청에 해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100년간 연평균기온은 약 1.9℃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원산 1.1℃, 평양 1.6℃, 중강진 3.1℃ 높아졌고요. 계절적으로는 겨울, 봄, 가을에서 각각 4.9℃, 2.4℃, 0.8℃씩 상승해 겨울이 약 20일 짧아지고, 봄과 가을은 각각 15일 정도 길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등온선은 1920년대에 비해 100㎞가 북상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역량이 낮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으로 특히 심각한 피해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그간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산림을 심각히 훼손해 왔는데 이러한 접근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키우는 주요 요인이 됩니다. 

농사를 짓기에 좋지 않은 북한에서는 경사지의 나무를 베어 '다락밭'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산림생태계를 희생하고 조성한 다락밭은 지속가능하지 못했고, 지력이 떨어져 점점 황폐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에너지원이 부족하여 난방과 취사에 필요한 땔감용으로 나무를 많이 벴고요. 이로 인해 현재 북한은 벌거숭이산이 많습니다. 이러한 산림 훼손으로 인해 비가 내리면 산에서 토사가 쏟아집니다. 여름철에는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고 농경지까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식량 생산에도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에너지원이 부족해 벌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군요.
"네. 북한은 석탄과 같은 자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여건상 이 같은 연료를 주민들이 사용하기 어려워 나무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산림이 더 많이 훼손되는 것입니다. 평양과 평안남도 지역을 제외한 북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무연료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것 으로 파악됐어요. 특히 양강도 지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적절한 에너지원이 제공되지 않으면 북한의 산림훼손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죠."

기사 관련 사진
▲  북한 지역별 난방형태에 따른 가구 분포
ⓒ 명수정(2013)

관련사진보기


- 북한의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은 어떤 상태입니까.
"일반적으로 기후변화 취약성은 크게 기후노출, 민감도, 적응역량의 함수로 평가하는데요. 북한의 경우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돼 혹한이나 혹서와 같은 극한 기온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강우 강도나 강우 시기와 같은 강우 패턴의 변화도 일어나 기후노출 정도가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민감도는 큰 반면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적응역량은 낮아 기후변화 취약성이 더욱 높다고 할 수 있죠. 북한에서 전반적인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돼 있는 평양의 경우는 타 지역에 비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역량이 월등히 높아 기후변화 취약성도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북한의 기후변화에 대한 전망과 과제는 무엇인가요.
"기후변화는 기후 자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 이르는 여러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영향을 끼칩니다. 북한의 경우 강우 강도와 빈도가 강해져 재해성 기후로 변해가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대응할 적응역량이 부족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커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후변화 적응에 필요한 제도와 사회기반시설의 구축, 그리고 건강한 산림생태계는 적응의 필수 항목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피해가 커지는 홍수와 가뭄의 경우 숲이 울창하다면 나무가 스펀지처럼 빗물을 흡수해 그 피해를 줄여 줍니다. 산림이 훼손되어 이러한 자연의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자연재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죠. 

따라서 북한의 산림생태계 복구는 가장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산림생태계의 복구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접근만으로는 곤란합니다. 산림훼손의 원인이 에너지와 식량 부족에 있는 만큼 단순히 나무만 심을 것이 아니라 에너지와 식량생산 시스템 개선을 병행해야 합니다. 또 산림훼손에 따른 표토유실이 심각하므로 표토보전이 함께 이뤄져야 하고요. 자연재해 발생 시 긴급구조와 도로, 철도, 에너지 및 환경처리 시설과 같은 주요 인프라 구축도 주요한 과제로 볼 수 있겠죠."

한편 북한의 산림황폐의 심각성에 대해 명 연구위원은 "국토의 상당부분이 산악지대인 한반도는 여름철에 특히 비가 많이 내리는 몬순기후대에 속하기 때문에 여름철 홍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나무는 '녹색 댐'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토사가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아줘 자연재해 피해를 줄여 준다. 하지만 산림훼손이 심각한 북한은 이러한 자연적인 재해완충 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중한 표토를 잃어버리고 있어 안타깝다"며 빠른 시간 내 훼손된 산림생태계의 복구와 표토 유실 방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관련 사진
▲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 정연화기자

관련사진보기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 뉴욕주립대학 환경 및 자원공학 박사 ▲ 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연구위원 ▲ APN(Asia-Pacific Network) SPG(Scientific Planning Group) 대한민국 대표 ▲ 유엔기후변화협약 대응 정부자문단 ▲ 전 미국 산림청 박사후 연구원

- 주요 연구물
(2013) 명수정 외, "한반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남북협력 기반 구축 연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정책연구보고서
(2013) 명수정 외, "기후변화 적응정책 이행의 효과성 제고방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정책연구보고서
(2012) IPCC. "Managing the Risk of Extreme Events and Disasters to Advance Climate Change Adaptation", 주저자 외 다수